이-메일 vs 대포폰

대통령은 대포폰을 사용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단 말이지?

대한민국에서는 공직자가 차명으로 등록된 또는 가짜 휴대폰을 사용해도 범죄행위로 다뤄지고 있지 않는 것같아 매우 의아스러울 뿐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불거진 국정논란 스캔들의 주요 도구로 사용된 대포폰을 다룬 기사를 살펴보면 불법적 요소를 깊이 파헤친 것은 거의 없었다. 대포폰 사용이 워낙 만연해진 사회라 그럴 수 있기는 하겠지만, 고위공직자 특히 대통령이 사용했다면 다른 각도에서 파헤쳐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별반 문제 없음’으로 마무리 된 기사는 너무도 미심쩍다. 하기야 군사통제권을 외국에 넘겨준 반쪽짜리 주권국가에 온전한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웹 문서를 살펴보니 일명 ‘대포폰’으로 불리는 통신 장비의 사용은 불법이라고 규정되어 있었다. 3년 이하의 징역, 1억 원의 벌금 등등 이란다.

2015년 4월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대포폰을 이용하거나 범죄 목적으로 발신자 전화번호를 바꾸는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됨. 돈을 주고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대포폰)를 개통해 사용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함. 이런 행위를 권유하거나 알선 중개, 광고하는 행위도 처벌받음. 다른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폭언, 협박 등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발신자 전화번호를 바꾸는 경우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림(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의 대표전화로 속여 전화를 거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

일반인은 대포폰을 사용만해도 처벌받는데, 하물며 국가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이 등록되지 않은 통신수단을 썼다면 이건 단순 탈법행위를 뛰어넘어 국가기밀누설에 해당하는 간첩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안보 관련법 내용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진다.  대한민국에도 고위 공직자의 보안과 기밀누설에 관련된 행동수칙이나 규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대포폰’에 관한 규정만큼은 예외로 적용되나 보다. 대통령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말이다.

힐러리를 낙선시킨 결정적 이유 중에 하나가 ‘이-메일 스캔들’이었다. 국무부장관 재임 시절 공무와 관련된 내용을 사적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여 소통했다는 것과 초기 대응과정에서 거짓증언을 했다는 것이 스캔들의 본질이다. 대선후보의 자질 중 하나가 정직성인지라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정치 생명을 끊어놓은 만큼 치명적이다.

고위공직자는 사소하고 사적이라 할지라도 등록되지 않은 통신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적 요소가 있다고 믿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다. 실제로 미국연방법은 ‘연방 기록에 관한 규정( Federal Records Act’)을 만들어 공무원의 전자문서 관리와 저장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사적인 이메일 계정이나, 사회관계망의 계정 등은 사전에 등록하도록 되어있고, 문서의 삭제와 이동 또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스캔들에 휩쓸린 힐러리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전자문서의 보안과 관련된 연방정부의 규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그녀가 사무실을 떠나고 난 후인 2014년부터였다. 이전까지는 다수의 고위공직자가 힐러리처럼 사적인 이메일을 공공연하게 사용해왔고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어겨서 직위 해제 당한 공무원이 있었다. 2015년 3월 전직 중앙정보국(CIA) 수장이자 퇴역 4성 장군인 데이비드 피트레우스(David Petraeus)는 기밀문서에 관한 위반 혐의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했다. 기밀문서를 소홀히 다루고 사소하게 드러낸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일 년의 징역, 2년간의 직무정지 그리고 4만 달러의 벌금형이 내려진 중범죄였다. 자신의 자서전을 집필해준 한 여작가에게 기밀로 분류된 여러건의 문서를 당국의 사전승인 없이 제공한 것이 사정당국의 검열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퇴역장군이며 전직 중앙정보국 수장이었던 그가 자신의 전기 작가에서 기밀로 분류된 몇건의 문서를 공객한 것이 문제가 되어 일년 징역형이라는 중벌을 받았다. 아직 미국이 버티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사법부가 독립되어있기 때문이다.

 

힐러리와 같은 고위직 공무원이 사적인 이메일 계정을 공적인 업무와 혼용해서 사용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해킹사고다. 실제로 2012년에 힐러리의 사적 이메일서버가 해킹된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 피해 규모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사안일한 태도가 일으킨 중대 사고였다.

연방수사국은 이 사건을 매우 심중하게 다뤘고 전방위적인 수사망을 가동하여 그야말로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우발적인 혐의만 발견했을 뿐 사안은 중대치 않다는 결론을 내려 처벌을 보류한 채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도록 공을 의회로 던졌다.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은 대선으로 접어드는 국면을 맞이하면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타협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대선 행진이 종반 부로 치닫고 있을 때 또다시 이메일 스캔들이 터져 나왔고 끝내 힐러리를 낙선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힐러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조기 퇴진하거나 식물대통령이 될 개연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었다.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하여 그녀에게 적용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법적 제재는 ‘위증죄’였기 때문이다. 언듯 기밀문서를 소홀히 다룬 책임만 물을듯 싶었는데 위증죄라니…?  어느 나라나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임명장을 받기 전에 서약을 한다. 이때 보안에 관련된 규정과 규칙을 숙지하고 관련 문서에 서명한다. 그 후 그녀는 이 규정과 규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며 재임 기간 수만 건을 위반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위증죄가 성립되는 것이맞다.

이-메일 서버보다는 휴대전화가 보안관리에 훨씬 취약할 것이다. 특히 사전에 등록되지 않거나 방호벽이 설치되지 않은 대포폰이라면 감청은 ‘식은 죽 먹기’ 아닌가!  대포폰 사이로 오고 간 대화의 내용이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거나, 여성의 특수성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결코 예외적 대상이 될 수 없다. 소홀한 관리로 적국에 넘어간 정보는 사생활 적인 것일수록 더욱 위협적이고 공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의 사생활이 더욱 보호받고 관리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의견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대포폰사용’ 하나만으로도 재판관은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한다. 특히 국가안보를 자신의 생존권보다 앞선 것으로 믿고 살아왔던 그간의 정서와 역사를 고려한다면 이렇게 까지 시간을 끌 필요도 없다. 즉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속전속결로 마무리 해야한다.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주말마다 거리에서 외치고 있는데 뭐가 그리고 복잡한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상식의 틀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